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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ry_g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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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jihun)
사진첩
'일상의 흐릿한 응시들'
“Moments, softly fading in a blurry gaze.”
based in Seo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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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개
광화문(2025) ─── ❊ 인연이라 생각되면 사계절은 겪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꽃이 피는 따듯한 봄날에도, 어깨를 적시는 비 내리는 여름날에도,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는 쓸쓸한 가을날에도, 맞잡은 손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새나가는 겨울날에도, 한결같이 서로를 보는 눈빛이라면, 사랑. 사랑입니다. ⋯ 다른 가치들이 유행에 따라 변해가도, 우리 마음에 사랑 하나만큼은. - - - Gwanghwamun (2025) ─── ❊ They say if it feels like fate, you should go through all four seasons together. On warm spring days when flowers bloom, on rainy summer days that soak your shoulders, on lonely autumn days as leaves fall away, and on winter days when cold wind slips between held hands — if the gaze you share stays the same through it all, that is love. It is love. ⋯ Even if the world’s values change with trends, may love be the one thing that stays unchanged in our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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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2025) ─── ❊ 이유도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장작 타는 소리, 심해 소리, 빗소리 등을 휴대폰으로 몇 시간이고 재생하고 억지로 잠을 청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정말 비가 내리고, 빗소리가 들려오면 휴대폰에서 재생하던 음악 대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습니다. ⋯ 투둑 투둑. 무심히 떨어뜨리는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그땐 가장 감미로운 자장가 같았습니다. - - - Samcheong-dong (2025) ─── ❊ There was a time when I couldn’t sleep, for no clear reason. I’d play hours of fireplace crackles, deep ocean sounds, or rain noise on my phone, hoping they’d lull me into rest. And then — when real rain finally came, I’d turn off the sounds and fall asleep to the rain outside. ⋯ Tap, tap. The sound of raindrops falling carelessly was the sweetest lullaby I knew back then.212 90게시물 보기
광화문(2025) ─── ❊ 비 내리는 날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 우산을 씌워 주느라 한쪽 어깨가 다 젖은 사람. 미쳐 우산을 챙기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 비를 기다렸다는 듯 온몸을 적시며 우산 없이 걷는 사람. 내리는 빗 소리에 울음소리를 감추며 울고 있는 사람. ⋯ 모두의 마음에 묵은 먼지가 내리는 비에 씻겨 가길 바랍니다. - - - Gwanghwamun (2025) ─── ❊ Rainy days bring all kinds of people into view. Someone with one shoulder soaked, holding an umbrella for another. Someone waiting inside, caught without one. Someone walking freely in the rain, as if they’d been waiting for it. Someone quietly crying, their tears hidden in the sound of rain. ⋯ May the falling rain wash away the dust that’s been sitting heavy on all our hearts.302 140게시물 보기
민둥산(2024) ─── ❊ 등산을 좋아합니다. 오르면 그다음은 내려오는 일. 정상에서의 벅찬 감정은 과정에 비해 잠깐이지만, 벅참을 뒤로하고 다시 내려가야 함을 배우는 일. ⋯ 우리도 그 어딘가 오르막, 혹은 내리막에 있겠지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오르고 내릴 수 있길 바랍니다. - - - Mindung Mountain (2024) ─── ❊ I love hiking. You climb up, and then you come back down. The thrill at the summit is brief compared to the journey — but still, you learn to leave it behind and descend. ⋯ Wherever we are — going uphill or down — I hope we can move slowly, taking time to look around as we go.273 144게시물 보기
austria(2019) ─── ❊ 고민을 하기 위해 고민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 보면 다른 고민은 잊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카메라 가방을 사지?' 라는 고민을 하면, 머릿속에 그 고민이 가득 채워져 다른 고민을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그 고민이 끝나고 나면 미뤄두었던 고민이 밀려들고, 그 고민을 잊기 위해 다른 고민을 합니다. ⋯ 고민이 많아 고민 입니다. - - - Austria (2019) ─── ❊ Lately, it feels like I’m thinking… just to keep thinking. When I focus on one small dilemma — like which camera bag to buy — my mind fills with that, leaving no room for anything else. But once that’s resolved, all the postponed worries come rushing back. So I start another harmless one, just to forget. ⋯ I guess my biggest worry… is having too many worries.219 87게시물 보기
hallstatt(2019) ─── ❊ 깜빡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깜짝 놀랄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간은 자신의 나이만큼의 속도로 간다는 말. 그 말을 실감하는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나고 후회하는 시간보다는, 그리워하는 시간이 많은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 좁아지는 관계만큼의 자리가 너그러움으로 채워지길. - - - hallstatt(2019) ─── ❊ I blinked — and to my surprise, so much time had passed. They say time moves at the pace of your age, and even now, I feel it slipping by. I hope to live a life with more moments I miss than moments I regret. ⋯ And may the spaces left by fading connections be filled with quiet generosity.259 120게시물 보기
Austria(2019) ─── ❊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들의 경적소리엔 날이 서있고, 길을 걷는 사람들의 미간은 찌푸린 채 펴지질 않습니다. 앞에 걷는 이의 티셔츠의 등은 흥건히 젖어있고, 비는 오지 않지만 우산을 펼친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우린 또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지나는 중입니다. ⋯ 서로의 열기를 식혀줄 그늘 같은 여유가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 - - Austria (2019) ─── ❊ The heat lingers endlessly. Car horns sound sharper than usual, and the furrowed brows of people on the street never seem to ease. The back of a passerby’s T-shirt is soaked through, and though there’s no rain, umbrellas fill the sidewalks. We’re living through yet another record-breaking summer. ⋯ Maybe what we need is a bit of shade — a small moment of calm to cool each other down.218 101게시물 보기
iceland(2025) ─── ❊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많은 세계의 사진가들을 만났습니다. 식당에서도, 우연히 차를 세우고 촬영하는 도중에도, 그들은 자기들만의 비밀 장소를 숨기고 아끼려고 하기보다, 제가 혹시나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을까 저를 불러 ‘여기가 정말 멋진 곳이야, 나만 아는 곳이지’ 하며 풍경을 나눠 주었습니다. ⋯ 북유럽의 추운 날씨를, 그들이 따듯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 - - Iceland (2025) ─── ❊ While traveling through Iceland, I met many photographers from around the world — in cafés, or by chance while stopping to shoot. Instead of keeping their favorite spots secret, they called me over and said, “This place is incredible — my little hidden gem.” They shared the view without hesitation. ⋯ In the cold air of the north, it was their warmth that I’ll remember most.223 86게시물 보기
iceland(2025) ─── ❊ 여러분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사진을 촬영할 당시에 어떤 모습이셨을까?’ ‘이렇게 멋진 빛을 담은 사람에겐 어떤 빛이 날까?’ ‘밤을 좋아하는 이 분은 밤처럼 깊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을까?’ 사진 밖에서 존재했던 이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 모두 사진의 밖에서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 - - Iceland (2025) ─── ❊ Sometimes, while looking at your photos, I find myself wondering — “What were you like in that moment, behind the lens?” “What kind of light shines from someone who captures such beautiful light?” “If you love the night, do your eyes hold the same quiet depth?” I can’t help but feel curious about the lives that exist beyond the frame. ⋯ Wherever you are, I hope you’re doing well — beyond the photograph.280 108게시물 보기
iceland(2025) ─── ❊ 바다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찾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따듯한 얼굴로, 쓸쓸한 이별을 겪은 이에게는 위로하는듯한 얼굴로, 또 어떤 이에게는 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날 만큼 쓸쓸한 얼굴로. ⋯ 모두가 바다를 찾는 이유는 모두가 원하는 얼굴로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맞아주기 때문일까요. - - - Iceland (2025) ─── ❊ The sea seems to show a different face, depending on the heart that seeks it. To the joyful, it’s warm and gentle. To someone facing goodbye, it feels comforting. And to others, it carries a quiet sorrow that brings tears with just a glance. ⋯ Maybe we each go to the sea for our own reasons because it always welcomes us, with the face we need most.229 67게시물 보기
여름밤(2025) ─── ❊ 무엇보다 간절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일. 그리 간절하지 않았지만 너무 큰 결과를 낳은 일. 그 사이에 노력과 이뤄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저 운이 좋았고, 운이 나빴다고 간단히 설명하기엔 보내온 시간들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느낌에 괜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 노력은 하되,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해보려는 요즈음. - - - Summer Night (2025) ─── ❊ Some things I wanted so badly never came true. Others, which I didn’t expect much from, brought surprising results. Somewhere between the two, I find myself reflect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ffort and outcome. It feels a bit sad to reduce everything to just luck — as if the time and meaning behind it all start to fade. ⋯ Lately, I’m learning to try — but with a little less tension, a little more ease.241 73게시물 보기
오로라(2025) ─── ❊ 아이슬란드로 계획을 세우며, 오로라를 볼 거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라에 모든 기대를 하면, 오로라를 보지 못한 우리의 여행이 마치 실패로 느껴질까봐. 하늘에 춤 추는 오로라 아래에 우리가 있던 그 밤은 매우 춥고도 따듯한 마법같은 밤 이었습니다. ⋯ 다시 지구의 어딘가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 - Aurora (2025) ─── ❊ When planning our trip to Iceland, I didn’t expect to see the aurora. I was afraid that if we placed all our hopes on it, not seeing it would make the whole journey feel like a failure. But that night, under the dancing lights in the sky, was a magical one — freezing cold, yet deeply warm. ⋯ Until the day we meet again, somewhere else on this Earth.281 113게시물 보기